10월 셋째주 기록

日記 2023. 10. 28. 22:41

하루 한번 컴퓨터를 켜서 기록을 남기겠다는 건 오만이었다... 예전에는 분명 컴퓨터를 켠다는 것 = 논다는 의미였는데, 이제는 대다수의 일을 핸드폰으로 대체하다 보니 컴퓨터를 켜는 것은 뭔가 각잡고 일할 때나 하는 게 되어 버렸다. 그 대다수의 '일'이란 건 핸드폰으로도 분명 어느정도는 대체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그래도 컴퓨터로 하는 게 빠르고 낫긴 하지.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두서없는 기록

 

- 14일까지는 나름 보람찬 일정을 보냈던 것 같은데, 15일은 뭘 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주말이고, 남편이 집에 있었다. 그런데 그 남편이 아팠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독감인가 한 게 일주일은 된 것 같은데,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기침을 내뱉는 게 그냥 전형적인 요즘 독감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내가 보기에는 독감이 틀림 없는데, 너무 안 낫는 게 이상하다고 결국 16일 하루 휴가를 내고 폐렴이며 이것저것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라 했다. 일단 키트로 해봤던 코로나 검사는 음성으로 나왔고... 주변에 3주 넘게 감기로 앓았던 사람들이 있다 보니 전형적인 독감 증상으로 보였지만, 당사자가 그렇다 하니 뭐.

일단 간병을 위한 죽 끓이기에 돌입했다. 흰쌀죽은 아무맛 없어서 안 선호한다길래 참치야채죽으로. 중간에 먹을 식사로는 어머님께 받아온 단호박을 쪄서 단호박 스프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본 건데 딱히 스킬이 필요한 메뉴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일단 만들어본 건 다음을 위해 레시피(?)를 적어두자. 다음에 만들 땐 틀림없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테니.

 

- 얼마 전 이마트에서 고심하다 사온 오리 대패 슬라이스 고기로 오리 주물럭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 봤다. 일단 지향점은 어마 전 시부모님과 함께 먹고 왔던 파주 적성면 '사랑채'의 오리주물럭. 닭갈비처럼 야채 넣고 큰 팬에 해먹는 식인데, 맛있더라. 강남 '미나리밭 오리사냥'에서도 비슷한 걸 맛있게 먹긴 했는데... 어쨌든 오리는 처음 사보고 처음 해먹는 거다 보니 결과는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런데 그냥저냥 먹을만한 게 나왔다. 문제는 오리고기... 돼지고기도 아닌데 놔뒀다 먹으니 잡내가 나더라...? 돼지고기처럼 생강조청에 밑손질을 하는 전단계가 필요했던 건지 의문이다.

 

- 당연할 수도 있지만 김치냉장고는 딤채 걸 쓰고 있다. 그런데 딤채는 칸마다 온도설정을 할 수는 있는데, 냉장고랑은 달리 온도가 아니라 땅속냉장이니 뭐니 하는 멘트로 온로를 어림잡을 수 있게만 되어 있더라. 그동안은 처음에 기사님이 설치해주실 때 설정해주신 온도로 쓰다가, 시간도 있으니 정확하게 알자 싶어 검색을 해봤다.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김치보관 표준 : -1.4℃이며 강약은 표준온도에서 약 ±0.3℃
 땅속냉동 표준 : -20℃이며 강약은 표준온도에서 약 ±2℃
 땅속냉장 표준 : 3℃이며 강약은 표준온도에서 약 ±2℃

 이렇게 세 가지인데, 숙성/보관이며 과일/채소, 김치종류, 그 외 기타등등에 대한 모드가 엄청나던데... 김치냉장고 쓸 때 한 칸을 그 물품 하나로 다 까는 경우가 얼마나 있다고 저런 세부설정을 사용하고 앉았겠는가. 일단 우리집은 시댁에서 얻어먹는 김치가 하부장 1/4를 차지하는 것 말고는 그냥 온갖 식품저장고다. 당연히 저장식품도 자주 바뀌고. 마음을 비우고 걍 원래 쓰던 모드로 놔뒀다. 그렇게 김냉을 알아보자!는 시도는 소용없었던 것으로 종료.

 

- 엄마가 그랬다. 나는 청소를 자주 하지는 않는데, 한번 날 잡아서 싹 치워놓고 천천히 더럽히는 타입이라고(...). 당연히 깔끔한 게 좋기야 하겠지만 매일 치울 체력은 없고, 살면서 지저분해지는 걸 어느 정도 방치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치우는 게 효율이 좋...지 않을까. 여하튼 이번 휴가의 목표 중 하나는 집안의 거슬리는 부분을 싹 정리하자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쓸데없는 물건도 열심히 정리해서 버렸다.

 그 쓸데없는 (그러나 그냥 버리기엔 좀 아까운)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뭔가를 샀더니 사은품으로 딸려온 손 소독제였다. 집에서야 수시로 손을 씻을 수 있으니 당연히 쓰지 않고 방치했던 것. 코로나 꽤 초기에 집에 들인 기억이 있으니 유통기한은 애저녁에 지났을 터였다. 진짜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서 청소하거나 다른 데 쓸 수 있는 데 있을까 검색해 봤다.

 대충 보니... 알콜솜으로 닦는 거랑 비슷한 느낌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 같다. 먼지, 찌든때, 기름때 있는 곳(주방, 후드, 전자레인지나 가스레인지), 손이 많이 닿는 물건(핸드폰, 리모컨, 변기시트), 자국이 많이 남는 곳(유리창, 거울, 수전, 싱크대, 도어락)에 닦을 때 사용하면 된단다. 네임펜이나 스티커 자국, 송장 찍혀나온 것도 지워준다곤 하는데 이건 내가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 휴가기간 동안 청소할 때 열심히 써서 없애는 걸 목표로 하자. 일회용 100개들이라 쉽진 않겠지만...

 

Posted by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