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 일기

日記 2023. 10. 15. 18:32

- 10/15부터 4주간 휴가를 받았다. 도비는 자유에요! 금쪽같은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오랜만에 공개일기를 쓱쓱.

 

- 산뜻한 출발을 위해 연속 세탁기 돌리기 시전. 침대패드, 이불, 매트리스 커버로 시작해서 계절옷도 색별로 착실하게 돌렸다. 패드니 커버니 하는 걸 말리면서 날씨가 꽤 쌀쌀해졌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점심 시간에는 더운 건 알았는데, 그 외의 시간에 외부의 공기를 느껴볼 일이 없어서.

 그런데 왜 건조기를 돌렸는데도 이불이나 패드는 완전건조가 안 되는 것일까. 안그래도 부피 커서 옮기기 버거운데, 이걸 널어놓으려니 힘들다. 부피 자체가 커서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거라면 기술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건조기는 (집에 있는 제품은 3년쯤 전에 산 것) 기술이 발전해서 좀 나아졌을라나. 설마 그 나아진 기술 중 하나가 그놈의 양모볼인가 하는 건가?

 

- 냉장고 정리하다가 불고기 남은 거 담아놨던 그릇을 멋지게 깨먹었다. 세상에... 그릇이라는 게 저렇게 산산조각 나는 거였구나. 조각이 부엌을 넘어 저기 거실 한가운데까지 튀었다. 너무 어이없고 순식간에 깨져서 화가 나고 자책하게 되고 그런 거 없이 그냥 정신이 멍... 이딸라 떼에마 띠미라는 한식기 라인 제품인데, 백화점 한번 가서 추가구매가 가능한지 봐야겠다. 

 그리고 그릇조각이라는 거... 가끔 매체에서 그릇 깨진 거 정리하다 손가락 베는 걸 보고 '작위적이다, 뭘 저렇게 조심성이 없나, 본인도 깨진 그릇 조심해서 치울 텐데 베는 게 말이 되나' 했는데... 말이 된다. 깨진 그릇이라는 게 의외로 온 면에 날이 서 있다는 걸 이렇게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잘 연마된 제품들만 만지고 살았으니... 이래서 사람은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그릇을 깨뜨리는 경험은 그리 해보고 싶지 않았지만.

 

- 이딸라 그릇은 신혼 살림 준비할 때 엄마랑 백화점 돌다가 선택한 것이다. 늘 쓰는 그릇은 무늬나 장식 없는 심플한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별 호오 없이 잘 쓰고 있다. 구매 후 1년 동안은 깨지면 무상교환을 해줬었기에 1년이 되기 직전 깨먹은 접시는 교환이 가능했는데, 이번에 깨진 그릇은 사야겠지.

 

- 유효기간 연장이 되지 않은 스타벅스 교환권이 있어 사온 푸딩.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내게 교환권은 대체 뭘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만 더해준다. 다른 교환할 제품이 많다고 하는데, 일단 커피를 안 마시면 스타벅스 같은 카페를 갈 일이 엄청나게 적고, 그러다 보면 무슨 제품이 있고 뭐가 좋은지 알 일도 적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제품은 가격대비 창렬하다는 느낌이라... 과일주스도 샌드위치도 케이크도 카스테라도 진짜 공짜 교환권이 있으니 먹었지 내 돈이면 안 샀다. 이번엔 아메리카노 교환권 2장이 있어서 3,300원짜리 푸딩 세 개를 사왔다. 맛은 밀크, 녹차, 초코. 남편이 녹차를 먹어서 난 초코를 먹어봤는데... 일단 이게 푸딩인가 싶은 감상은 둘째치고 처음 한 숟갈 떠먹은 순간 느낌 감상이... 빠삐코 녹인 맛이었다. 이것이 최선인가. 난 빠삐코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 먹긴 먹었는데 3,300원짜리 빠삐코는 에바인 것 같다.

 

- 날씨가 괜찮길래 장도 봐올 겸 나가서 아파트를 두어 바퀴 돌았다. 대충 아파트 안쪽 한 바퀴가 2,300보쯤 되지 싶다. 한시간쯤 걸으면 5천보 가량. 보통 건강하려면 하루 만보를 걸어야 한다는데 연속 두시간은 무리. 정 걸으려면 한 번에 한 시간씩 두 번 외출을 해야겠다.

 

- 내가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물가를 모르기는 하는데, 야채라는 게 정말 많이 비싸진 것 같기는 하다. 차라리 라면 같은 가공식품은 인터넷에서 싸게 박리다매라도 하지, 야채는... 장기보관도 못하고 그때그때 사먹어야 하는데 상추를 저 가격에 먹는 게 맞나 의문이 든다. 그러고서도 결국 들고 나온 장바구니를 보면 두부랑 야채만 잔뜩. 깻잎이나 상추는 왜 얼렸다 먹을 수 없을까.

 

- 시간도 있겠다, 오랜만에 집안정리를 하다 그동안 계속 거슬렸던 변색된 세라믹칼 색 돌리기를 시전했다. 교세라 칼은 결혼 당시 엄마였는지 시어머니였는지 모르지만 여튼 살림 베테랑인 분이 추천했던 거 같은 기억이 있다. 시누이가 일본에 사니 시누이가 보내준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 쇠붙이로 된 칼은 무서운데 얘는 그나마 덜 무서워서 애용하고 있다. 쌍둥이칼은 날이 서슬퍼런 게 무서워서 지금도 김치나 좀 큰 거 자를 때만 쓴다. 엄마가 얼마 전에 와서 보고 이거 산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새 칼이냐고 했다. 반면에 교세라 칼은... 나름 깨끗하게 쓴다고 했는데도 주황색(?)으로 변색된 것이 세제로 닦는다고 지워질 상황이 아니었다.

 '세라믹칼 세척방법'으로 검색해보다 만능 베이킹소다님이 열일한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블로그 몇몇에서 칼 위에 베이킹 소다를 소량 붓고, 키친타월에 뜨거운 물을 적셔서 말아놓았다가 닦으라고 해서 그 상태로 방치했다가 산책 다녀와서 닦아봤는데... 난 안 되더라. 그래서 그냥 내 방식대로 아까 베이킹파우더 묻은 키친타월을 깐 그대로 밧드에 뜨거운 물을 붓고 칼을 넣어놓고 뚜껑을 덮어줬다. 한 2~30분 까먹고 있다 와서 키친타월로 뽀득뽀득 닦아줬더니 하얀색을 되찾았다.

 덤으로 짙은 갈색으로 변해서 얼마짜리 동전인지 코앞에 갖다대지 않고는 구분이 되지 않던 백원짜리 동전이 있었는데, 얘도 같이 밧드 안에 넣어보았다. 동전을 언제 쓸지 모르겠지만 쓰려면 일단 가지고 다녀야 할 텐데, 저렇게 더러운 동전을 넣어서 지갑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세제를 풀어 담갔다가 닦아보는 건 크게 효과가 없었는데, 베이킹소다는 그보다는 더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멀리서 봐도 100이라는 숫자와 이순신 장군 얼굴이 보인다. 근데 집에서 하는 조치로는 원래 색을 완전히 되찾기는 불가능한 듯싶다.

 

Posted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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