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명 : 블리스키즈 개방형 실리콘 빨대 벤티(28cm) 레드
구매시기 : 20.1月
구매처 : 블리스키즈
구매금액 : 2,600원

 

 내가 대단한 환경보호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자원을 아껴쓰고 일회용품은 최대한 덜 쓰자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매일 텀블러에 차를 담아마시느라 하루 하나씩은 사용하던 일회용 빨대에 소소하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일회용 아닌 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검색하다 찾게 된 것이 저 실리콘 빨대였다.

재활용 빨대 종류가 꽤 여럿 있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난 스텐 같은 금속류를 극혐하고, (그게 이에 닿는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는 딱 숟가락, 젓가락까지다.) 그러다 보니 금속 솔로 안쪽을 닦아내는 수밖에 없는 종류의 빨대도 아예 사용 불가였다. 애초에 솔로 닦아내는 방식이 깨끗하게 닦이는 건 맞는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기도 했고.
그런데 저 실리콘 빨대는 아예 빨대를 펼쳐서 세척이 가능하단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뜨거운 물에 열탕소독이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커보이는 배송비에도 불구하고, 순간 들어왔던 환경보호론자의 뽕에 취해 난 그렇게 저 빨대를 샀던 것이다... 뭐, 지금도 잘 쓰고는 있다. 매일 세척하다 보니 저 고리가 살짝 헐거워졌나? 싶은 감이 있지만 물이 새지는 않고, 그냥 뺐다 끼웠다 하는 게 엄청 쉬워진 정도다. 반년 정도 사용했는데 이정도면 반영구적인 거 맞지 뭐.

그런데 미처 생각 못한 점이 있기는 했다. 일단 사기 전에도 좀 걱정했던 거지만 텀블러의 빨대구멍이 크지 않으면 일단 빨대를 꽂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야 내 텀블러가 꽤 큰 편이고, 구멍 사이즈를 가늠해봐서 충분히 끼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이 서서 구매한 거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 빨대가 텀블러에 꽉 끼어있는 상황이다. 절대 돌아다닐 공간따위 없다. 이미 텀블러 뚜껑과 빨대는 물아일체가 되었다.
게다가 이건 미리 생각했어야 하는 점인데... 내가 빨대 씻기가 귀찮아서 아예 물을 안 마셔버리는 날이 생겼다. 귀차니즘이 극도로 이르면 이런 상황도 생기는구나 허허. 이건 진짜 물건의 단점이라기 보단 자신의 성정과 환경보호를 위한 의지가 귀차니즘과 맞붙었을 때 얼마만큼의 승산이 있냐의 문제라 그냥 내가 문제 같다. 난 그냥 소비를 했을 뿐인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믿음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살짝 까먹게 된 기분이다. 슬프다.

Posted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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